그중 하나는 개발자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만든 애플리케이션을 앱스토어나 안드로이드마켓에 올린 뒤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해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는 것이다. 개발자들이 유통망 확보에 대한 부담없이 물리적인 국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해외의 경우 이미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에 승부를 거는 개발자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는 얘기도 들린다.
속도에선 차이가 있지만 국내서도 모바일 플랫폼에 대한 열기는 고조되는 분위기. 아이폰이나 구글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휴대폰이 아직 판매되고 있지 않음에도 개발자들 사이에선 모바일 플랫폼이 중량감있는 이슈로 급부상중이다.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판에서 뭔가 해보겠다고 승부수를 던지는 모험지향적(?)인 개발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자바 개발자로 유명한 이창신씨도 그중 한명이다.
이창신씨는 티맥스소프트를 거쳐 2006년 8월 웹2.0 서비스에 주력하는 엔씨소프트 오픈마루 스튜디오에 합류, 개인용 위키 서비스 스프링노트 등 오픈 플랫폼을 확산시키는데 활발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다 지난 6월말 오픈마루 스튜디오를 그만두고 '인디(inde)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새출발을 선언했다.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하면 개발자가 보다 주체적이고 창조적인 직업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들었기 때문이란다. 일에 끌려다니지 않고 영화 감독처럼 자기 이름을 걸고 작품으로 부를만한 SW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를 봤다는 것이다.
지난 5일 오후 이창신씨를 만나 모바일 플랫폼이 개발자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또 향후 계획은 무엇인지 물었다. 참고로 그는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고 올해로 개발자 경력 10년차다.
오픈마루하면 그래도 개발자들이 가고 싶어하는 회사로 꼽히는데, 아이폰 SW를 개발하기 위해 홀로서기에 나선 모습이 다소 놀랍습니다.
아이폰의 등장으로 인디 소프트웨어 시장이 가능해졌습니다. 1인 기업이라고 해야할까요. 개발자 혼자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이 열린거죠. 개발자라고 하면 큰 조직에서 SW를 만드는 수동적인 존재로 생각하기 쉬운데, 아이폰을 통해 보다 창조적인 직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본겁니다. 개발자가 원래 크리에이터에요. 지금은 코딩을 하는 코더로 많이 인식돼 있지만 개발자들도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충분히 만들 수 있습니다. 자기 이름을 걸고 아티스트처럼 SW를 만드는 시장에서 뛰고 싶었어요.
아이폰이 아직 한국에 판매되지 않고 있음을 감안하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을 것 같은데요, 준비중인 프로젝트는 어떤 성격입니까?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한 국내 시장은 전혀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폐쇄적인)국내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 환경 때문이죠. 때문에 미국과 일본을 보고 있어요. 현재 미국과 일본에 파트너가 있는데, 이들과 프로젝트를 진행중입니다. 한국에선 혼자뛰고 있고요. 하려는 프로젝트는 엔터테인먼트 애플리케이션쪽인데 구체적인 내용을 말할 단계는 아직 아닌것 같습니다. 일단 당분간 혼자뛰면서 내년쯤 법인등록을 할까 생각하고 있어요.
유료 애플리케이션을 준비중인가요?
그렇습니다. 일단은 유료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현재 애플 앱스토어에 올라오는 애플리케이션들은 대부분 무료에요. 이런 가운데 무료와 유료 버전을 함께 제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게임쪽이 특히 그래요.
애플 앱스토어의 경우 이미 3천개가 넘는 애플리케이션이 올라와 있습니다. 지금 뛰어들면 늦은감이 있다는 지적들도 있는데요.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이 포화 시점에 왔다는 얘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그러나 아직도 빈곳은 많다고 봅니다. 10월초쯤 아이폰은 화면도 넓으니 디지털 액자로도 쓸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앱스토어에서 검색을 해봤는데, 없는거에요. 그런데 10월말인가 애플리케이션이 나왔더라고요.
한국 실정상 아이폰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올인하는 것은 너무 앞서나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한국만 놓고보면 앞서있는거 맞습니다. 허황된거죠. 그러나 세계를 보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저도 국내보다는 해외를 보고 시작하는거에요. 내년에는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을 위한 인디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교육코스도 만들어볼까 생각중입니다. 사실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게 개발자들에게는 복잡하고 귀찮은 작업일 수 있습니다. 제가 먼저 경험해봤으니 이걸 공유하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수많은 개발자들이 아이폰을 겨냥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대박을 터뜨리기가 점점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아이폰이 개발자들에게 주는 기회를 어떻게 봐야할까요?
앱스토어에 가보면 낚시성 애플리케이션들도 많이 올라옵니다. 그래도 전세계를 대상으로하다보니 상당한 다운로드가 이뤄지고 있어요. 유료일 경우 일주일에 100다운로드 정도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보통 유료 애플리케이션은 1달러 정도에 판매되는데, 깔고나면 제대로 안돌아가는 것들도 있어요.
지난주 한국에서 아이폰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관련한 캠프가 열렸습니다. 앱스토어에 유료 애플리케이션을 올린 국내 개발자분이 발표를 했는데, 한국어를 갖고 한국을 대상으로하면 다운로드가 오래가지 못한다고 했어요. 그러나 전세계를 대상으로 각국 언어를 적당히 지원하면 다운로드가 폭발적이지는 않아도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하더라고요.
이창신님처럼 아이폰 등 모바일 시장을 겨냥해 개발자들이 창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개발자들도 기업가 정신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창업하라는 것은 아니에요. 직장을 다니면서 여유가 있으면 작은 프로젝트하나 해보고 이게 중박, 대박나고하면 창업할 수 있는거죠. 대학교 SW학과 학생들도 좌절하기 보다는 모바일쪽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아이폰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가 궁금합니다.
앱스토어가 열렸던 7월11일 일본에서 가서 아이폰을 샀습니다. 써본결과 스마트폰중에서는 응답성이 가장 좋다고 봅니다. 그러나 단점도 있죠. 터치스크린이다보니 키보드 방식에 비해 입력성은 떨어집니다. 때문에 비즈니스용으로는 블랙베리보다 좋지 않다는 생각도 들어요.
앱스토어외에 구글 안드로이드를 위한 애플리케이션도 내놓을 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는 비슷하면서도 많이 달라 보입니다. 아이폰의 경우 특정 하드웨어용으로만 만들면되니 안드로이드에 비해 배포가 쉽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앱스토어에서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을 테스트하는데, 대상 하드웨어는 하나가 아닙니다. 아아폰 2G, 3G, 아이팟터치 1세대, 2세대 모두 네가지에요. 이게 조금씩 다 달라요. 아이폰 애플리케이션 개발은 실제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안드로이드는 하드웨어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어요.
제생각에는 전문적으로 하려면 돌아가는 휴대폰을 다 구해봐야 할 것 같아요. 인디 개발자들에게는 부담이될 수 있죠. 때문에 이런것을 지원해줄 수 있는게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중소기업 지원 차원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봐요.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는 인디 개발자 입장에서 보면 시장이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개발 플랫폼이 다르다보니 플랫폼별로 일일이 다 많들어야해요. 창조성과는 배치되는 부분이죠. 이걸 어떻게 해결할지가 내년에 풀어야할 과제일 것입니다.
인디SW개발자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개발자도 영화감독처럼 할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인디SW개발자는 개인 브랜드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인디SW개발자로 나서면 많이는 못배워요. 조직에서 경험을 쌓고 시작하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인디SW개발자의 경쟁력이라면 어떤것들이 있을까요?
교육을 하다보니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모두 익숙한 플랫폼은 아닙니다. 리소소 관리도 까다롭습니다. 실제 기기와 망에서 테스트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것없이 진행하는 개발 프로젝트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피드백도 그렇고요. 일반 사용자들을 대상으로하다보니 피드백이 바로바로 나오거든요. 때문에 개발자들은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또 기본적인 개발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인디SW를 하려면 나름 교육이 필요합니다. 경험도 더욱 중요할 것 같고요.
직장다니는 분들은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주말에 개발한다는게 말처럼 쉽지는 않죠. 때문에 학생때가 타이밍이 좋아요. 요즘 학생들 매우 바쁜것 같은데 열명중 한명이라도 창의적인데 관심이 있으면 팀을 결성하든지 해서, 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인디SW개발은 음악밴드와 비슷합니다. 밴드도 처음에는 연주 잘 못하잖아요. 그런데도 길거리 공연하고 있습니다. 인디SW도 그런거에요.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의 경우 글로벌을 겨냥하다보면 영어가 부담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세계를 지향한다고해서 영어를 아주 잘할 필요는 없습니다. 개발자들이 등록이나 설명을 다 영어로 해야 되다보니 부담을 느끼는데요, 언어는 도구로 받아들였으면 합니다. 모르면 영어 잘하는 사람한테 부탁할 수도 있잖아요.
74년생입니다. 고정관념으로 보면 안정을 생각할 나이가 된듯 한데요.
회사가 있으면서 점프업을 하기가 어려워졌어요. 예전에는 벤처를 하고 상장을 하면 스톡옵션을 행사하는 모델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기대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제가 만드는 애플리케이션들이 모두 대박이 나지는 않겠죠. 기본적이 만족 플러스 알파란 생각으로 하려고 합니다. 하고싶은거하면서 돈이 어느정도 쫗아오는 구조를 만들고 싶어요. 이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향후 계획은 무엇입니까?
미국 일본 왔다갔다하면서 일을 해야할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도 플랫폼시장이 열리겠지만 그래도 한국 개발자들은 세계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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